하지만 여검사는 쐐기를 박는 한마디를 던졌다. "피고인이 지체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은 피고인의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것은 분명 피고인의 죄입니다." 재판이 수시간째 이어지면서 눈을 비비며 피곤해하던 배심원들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이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변호인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가고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대구에서 열린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감정을 파고든 변호인 측 전략에 밀린 검찰 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 여검사가 바로 청주지방검찰청의 공판검사인 조아라 검사(연수원 34기)다. 영동여고와 연대 법대를 졸업한 조 검사는 임관 3년째인 '어린 검사'. 서울중앙지검에 재직할 당시에는 최연소 검사답지 않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강단있는 수사를 해 '악명'이 높았다.
사실 조 검사는 배심재판을 위해 준비된 검사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원을 시찰하고 법무연수원에서 스피치 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지난 1월에는 청주지검에서 4주간에 걸쳐 열린 커뮤니케이션 교육 과정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또 청주지법에서 열린 모의재판마다 전담으로 참가해 실전과 같은 연습을 여러번 거치기도 했다. 조 검사는 "수사 당시부터 변호인 측이 피고인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어 배심원을 설득할 것으로 봐 대비를 했다"며 "배심원들이 사건 외적인 면에 말려들지 않도록 살인사건이라는 점을 논리적 증거들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