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성CC 클럽챔피언 선발전.

영등포에서 건설장비 부품을 판매하는 ㈜두산서울부품센터의 김영홍 사장은 버디 4개,보기 1개를 기록,3언더파 69타의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클럽챔피언이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발표 직전 그에게 '스코어 오기'로 실격 처분이 내려졌다.

파4인 18번홀에서 보기를 해서 스코어카드에 '5'라고 적어야 하는데 동반자가 실수로 '1'로 적어버린 것.

김 사장은 스코어 합계가 '69'로 맞게 적혀 있어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인해 버렸다.

충격을 받은 김 사장은 이후 클럽챔피언전에 나가지 않았다.

가슴 한편에 아쉬움을 담고 살아가던 그는 4년 전 스키를 타다가 어깨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심한 부상을 당했다.

당시 의사는 "앞으로 팔로 하는 운동은 어렵다"고 사실상 '골프 중단'의 진단을 내렸다.

61세의 고령에 팔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다쳤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꾸준히 재활에 전념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몸을 관리했다.

근육 강화 운동과 물리치료도 병행했다.

골프도 다시 시작했다.

풀스윙을 할 수 없어 1년간은 퍼터만 들고 그린에서 퍼팅만 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50야드 이내 어프로치샷이 가능해졌다.

2년이 지나서야 풀스윙을 할 수 있었지만 평소 300야드에 육박하던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로 줄어들었다.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지난해 서울CC 클럽챔피언에 올랐다.

한성CC 클럽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뒤 1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였다.

김 사장은 클럽챔피언이 된 사실을 의사에게 말했더니 당시 김 사장의 진료기록을 찾아 본 의사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탁구 기계체조 태권도 배드민턴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김 사장은 1980년 입문하던 당시 골프를 쉽게 생각했다.

"며칠 연습한 뒤 라운드를 했는데 생각과 달리 잘 안되는 거예요.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돌아온 뒤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지요.

모든 운동은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본기를 익히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김 사장은 입문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출근 전 1시간30분에서 2시간가량 연습을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간 스트레칭을 한 뒤 연습장에 가서 쇼트아이언부터 시작해서 드라이버까지 골고루 쳐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공을 600∼700개씩 친 셈이다.

김 사장은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잘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운 지 3∼6개월 동안은 라운드를 하지 말고 연습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에는 남보다 천천히 가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더 빨리 가는 방법입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