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상 첫 북한 공연을 위해 25일 평양에 도착했다.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 단원과 가족,후원자,각국 취재진 등 260여명은 이날 오후 3시45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을 통해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는 송석환 북한 문화성 부상 겸 조선예술교류협회 회장과 김종식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연규 조선국립교향악단 단장이 뉴욕필 단원을 영접했다.마젤은 순안공항 도착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눈이 내리고 있다.정말 아름다운 곳이다.좋은 공연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욕필 단원들은 평양 양각도호텔에 여장을 풀고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한 뒤 오후 8시부터 송석환 부상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번 방북단 규모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의 100여명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미국 방북단으로서는 사상 최대다.북한 측은 평양 시내에 반미구호가 적힌 선전문구가 없는 것과 관련,"6·25와 전승의 날인 7·27까지 반미기간에만 반미구호가 내걸리며 평소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뉴욕필은 2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과 미국의 국가 및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전주곡,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등 5개 작품을 차례로 연주한다.역사상 최초로 이뤄지는 미국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이다.특히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내걸리고 양국의 국가가 한자리에서 울려퍼지게 된다.본공연을 마친 뒤 북한 관객들로부터 앙코르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 전통민요인 '아리랑'도 공연할 계획이다.

KT는 무궁화위성 5호를 이용해 이번 공연을 전 세계에 현지 생중계한다.북한 전역에서도 뉴욕필의 선율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교류를 넘어 북ㆍ미수교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외교전문가들은 이번 공연으로 북핵문제에 관해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을 세계의 일원으로 합류시키는 전환점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뉴욕필은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모란봉극장에서 북한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체임버)을 협연하는 자리도 갖는다.이어 마젤이 직접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리허설도 예정돼 있다.모란봉극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경호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만큼 이 자리에 김 위원장이 참관할 가능성도 있다.

평양공연을 마친 뉴욕필은 서울 공연을 위해 27일 오후 1시30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오후 2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