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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외국인과 편하게 대화할 수는 없을까. 어떤 이들은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 누구나 쉽게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공통어를 창시한다. 국제 공용어 '에스페란토(Esperanto)'를 만든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 박사가 바로 그렇다.

'국가와 개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화목한 지구촌을 건설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 인공언어는 1887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래 언어의 이상주의적 평등주의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동안 400여개의 국제어가 만들어졌지만,12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 언어는 에스페란토가 유일하다.

에스페란토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된 세계에스페란토협회(UEA)는 현재 67개국에 국가지부가 있고,117개국에 1만7798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이 협회는 '1민족 2언어주의'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다른 민족과는 에스페란토 사용을 주창하는 세계 '언어평등권' 운동을 펼친다.

우리나라에도 1920년 ㈔한국에스페란토협회(www.esperanto.or.kr)가 설립돼 현재 약 3000명의 회원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름ㆍ겨울 에스페란토학교 오픈,연수회 실시,국제대회 및 청년대회 개최 등이 대표적이다. 에스페란토 사이버대학 설립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안서 김억,춘원 이광수,나비박사 석주명,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이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지난해 말에는 포항 에스페로 내과의원 박화종 원장(사진)이 신임회장으로 임명됐다. 에스페란토 홍보대사로는 산악인 엄홍길,김유승 카이스트 원장,프로바둑기사 한해원,소설가 김훈,조류학자 윤무부 교수 등이 있다.

박 회장은 "에스페란토는 사용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탄탄해 세계 어딜 가든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며 "에스페란토를 통해 외국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면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회원 확장을 위해 대학 에스페란토 운동 개최,에스페란토 세계대회 한국 유치 등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편,박 회장은 1998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청도 남강서원에 사비를 털어 '남강 에스페란토 학교'를 설립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정규 학교는 아니지만 1년에 두 번씩 세미나를 열며 '에스페란토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 회장은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학교까지 세울 수 있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에스페란토는 현재 국내에서 한국외대,단국대,원광대 세 곳에 교양과정으로 개설돼 있기도 하다. 에스페란토를 배우길 원하는 사람은 한국협회나 에스페란토문화원,그리고 각 지부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