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초의 나무로 만든 슈퍼자동차 개발에 성공한 20대 미국 대학원생의 지도교수가 한국인 학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있다.

'스플린터(splinter)'로 명명된 슈퍼카 개발의 숨은 주역은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NCSU) 산업디자인과 진봉일 교수(52). 진 교수는 이 대학 입학 후 5년 만에 나무차 개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 하먼(27)을 맡아 줄곧 지도해오고 있다. 엔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이 나무로 이뤄진 스플린터는 2인승 스포츠카로 배기량 4600㏄에 V8 엔진을 탑재하고 최대 시속 240마일(384㎞)로 달릴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포르쉐보다 빠르다.

진 교수는 이번 나무차 개발과정에서 최대 난관이었던 차체 곡면처리 기술을 제자에게 전수해 슈퍼카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외국인 학자의 불리함을 딛고 이처럼 단기간에 미국 디자인 학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기아차와 대우차에서 쌓은 실무경험과 건국대와 영남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터득한 그 나름의 '맞춤형' 지도방식이 큰몫을 했다.

홍익대 미대 산업디자인과 및 세계적 명문 디자인 스쿨인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아트 센터'를 졸업한 그는 기아차 컨셉트카 팀장을 거쳐 대우 국민차 디자인실장 등을 지냈다. 1994년 대우차 선임 연구원직에서 퇴사할 때까지 두 회사에서 출시된 상당수 인기 모델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 자신이 자동차 천국인 미국에서 인정하는 디자인 교육자이지만 7년째 현대ㆍ기아차만 타고 다니는 등 한국차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한국차의 디자인 실력에 대해 진 교수는 "최근에 출시된 여러 한국 브랜드를 보면 세계 수준에 근접한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독창성 제고 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