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경제 살리기'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기업가정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기업가정신은 회자되지만 정의가 쉽지 않다.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익히 알려진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이다.기업가정신은 '도전,모험,혁신,창조'를 요체로 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코드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이다.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저투자'이다.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저투자는 '보수경영'에 기인하지만,근본적으로는 기업가정신의 저하가 그 원인이다.따라서 '기업가정신의 저하=보수경영=저투자'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기업가정신의 저하가 보수경영을 부르고 보수경영이 저투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무엇이 기업가정신의 저하를 가져왔는가.

기업가정신은 기업가의 '경제하려는 의지'로 심리변수이다.따라서 기업가정신은 기업관 등 여론 동향에 영향을 받는다.한국적 상황에서 기업가정신의 저하는 '반(反)기업인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반기업인정서'는 '반기업정서'의 악성 변종이다.기업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 지배주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중심리가 그것이다.또한 '평등주의'의 만연도 기업가정신을 압살하였다.정글자본주의,양극화 등 적개심을 유발하는 정제되지 않은 용어의 선택은 부에 대한 편견과 질시를 낳기에 충분했다.'경제정책'으로 포장된 그러나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정치정책' 아래서 '기업가'가 일반국민의 '역할모델'이 될 수는 없었다. 기업가정신의 고취를 위해서 반기업인정서를 불식시켜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신비로운 그 무엇으로 미화될 필요는 없다.기업가정신은 이윤에 대한 시장기회를 포착하려는 '깨어 있는 경각심'인 것이다.이윤을 얻으려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발견하고,이를 수요자들이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요소 소지자의 요구보다 더 많이 지불하려는 구매자를 발견해야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선제적 시장중재행위"가 이윤의 원천인 것이다.이윤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업가는 새로운 접근과 발상을 필요로 한다.이처럼 기업가정신은 의사결정을 통해 나타나므로 '지식의 문제'로 환원된다.시장기회를 이용하려는 기업가들 간의 경쟁은 생산요소가격을 올리고 재화가격을 떨어뜨려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기업은 '재불십년'(財不十年)의 시대에 놓여 있다.1896년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지수'를 산정할 때 포함시켰던 12개 우량 종목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GE' 하나뿐이다. 1970년대에는 포천지(誌)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교체되는 데 10년이 걸렸지만,최근에는 5년도 안 걸린다고 한다.이윤기회 포착을 위한 기업의 인수ㆍ합병,신사업진출,업종전환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글로벌시대에 기업가 정신이 고취되어야 할 이유이다.

기업가정신은 시장에 대한 '구조적 무지'를 전제로 한다.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고취(鼓吹)돼야 한다.그리고 경제 발전은 이성에 기초한 '설계'의 결과가 아닌,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발견'의 결과로 얻어지는 사후적 개념이다.

경제선진화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자유주의'를 의미 왜곡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기업가정신이 고취되지 않는 한,'기업이 국부의 원천'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명은 그저 미사여구일 뿐이다.

/(사)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