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의 선박 수주량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해 한국 조선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선박 수주량을 재는 단위가 국제적인 기준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6일 중국 국방과학공업위원회의 발표 자료를 인용,중국 조선업체들의 2007년 신규 선박 수주량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인민일보가 보도한 중국의 작년 수주량은 전년 대비 132% 늘어난 9845만t.한국에 비해 얼마나 많은 수준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붙였다.자화자찬 식의 해설도 곁들였다.인민일보는 "중국이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량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아직은 일본과 한국이 세계 조선 대국의 지위에 있지만 조만간 세계 조선공업의 중심은 중국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국내 조선업체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이 기준으로 삼은 단위는 DWT(Dead Weight Tonnageㆍ재화중량t수)"라며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DWT는 최대한 선박에 실을 수 있는 재화의 총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다.따라서 같은 크기의 배라도 무엇을 싣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주로 만드는 벌크선은 철광석과 같은 무거운 화물을 싣기 때문에 DWT로 수주량을 환산할 경우 유리한 수치가 도출된다.반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생산하는 고부가가치의 LNG선이나 초대형 유조선 등은 값이 비싸고 사이즈도 크지만 화물의 중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가 순위 경쟁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세계 조선업계는 이런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 CGT(Compensated Gross Tonnageㆍ보정총t수)라는 단위를 사용한다.'무게'를 기준으로 하는 DWT와 달리 CGT는 '부피'를 기본 잣대로 삼고 선박의 부가가치를 감안해 산정한다.부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에 후한 점수를 주는 단위인 셈이다.특정 기간의 신규 수주량으로 조선업계의 순위를 정하는 것도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는 것이 국내 조선업체의 설명이다.

조선ㆍ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CGT를 기준으로 한 국가별 수주 잔량(2007년 말 기준)은 한국이 6440만t으로 세계 1위이며 중국(5240만t) 일본(3030만t)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