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등 의혹을 받고 있는 남주홍 통일부,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처리 문제를 두고 청와대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철저한 검증을 벼렀던 만큼,일단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이젠 털고 넘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두 내정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통합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조차 부정적인 의견들이 속속 전달된 게 입장 변화의 주 원인으로 알려졌다.때문에 조만간 이춘호 전 여성장관 내정자에 이은 추가 낙마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내부 분위기

당초 청와대는 이춘호 전 내정자가 중도 탈락한 상황에서 이들 마저 낙마할 경우 정권 초반 국정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다소 우세했다.흠이 있긴 하지만 국정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결격 사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이동관 대변인은 26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들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재검증과 관련,"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한번 들여다 보는 것이지 탈락이나 내정 철회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차단막을 쳤다.

그러나 이 전 내정자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되기를 기대했던 각료 인사 파문이 가라 앉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특히 통합민주당이 두 내정자에 대한 사퇴를 관철시킨다는 방침 아래 한승수 총리 인준 표결을 29일로 연기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을 태세다.청와대의 압박감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털고 넘어가야"

'4.9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 지도부마저 사실상 '결단'을 우회 압박하고 나섰다.당내에선 "문제가 있으면 깔끔히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시간상의 문제라고 본다"는 등의 발언들이 공공연하게 쏟아졌다.강재섭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각료 내정자가 불법 투기를 해도 무조건 다 찬성이란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원희룡 의원은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 대해서도 "김병준 교육부총리 시절에 썼던 잣대와 최소한 같은 수준을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의 민심이 대단히 좋지 않다"며 "어떻게 검증했기에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마침내 청와대에서도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서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