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최종 조율하고 책임을 지는 '컨트롤 타워'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경제부총리' 제도 폐지에 따라 컨트롤 타워 역할은 자연스럽게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한때 우세했지만,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사진)가 26일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맡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거시경제정책협의회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회의기구로 강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제안했다.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참석자가 장관급인지,아니면 차관급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강 내정자)는 판단에 따라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강 내정자는 경제정책의 최종 책임을 기획재정부가 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내정자는 경제정책의 부조화 가능성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세제와 예산을 골자로 한 재정과 통화,환율이 조화롭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획재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깎고 예산을 푸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한은과의 정책 협의를 금융위원회에만 맡겨두는 것 또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환율은 기획재정부가 최종 책임을 지는 반면 실제 운용은 한은이 맡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이런 것들로 인한 갈등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위급 인사들이 모이자는 것이 거시경제정책협의회다.

강 장관 내정자는 한은의 독립도 정부 내 독립이지,정부를 떠난 독립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한은이 강 장관 내정자의 구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곽승준 정책기획수석과의 갈등이 생길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재경부 관계자는 "예컨대 강 장관 내정자가 중시하는 감세 정책과 곽 수석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대운하 건설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대운하 건설에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데,감세는 그 재원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의 이명박 대통령은 권한 이양에 적극적이지만 최종 책임은 자신이 지려 할 가능성이 높다.사안에 따라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맡거나,기획재정부가 맡는 경우도 종종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이 경우 이 대통령을 누가 설득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가 달라질 수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