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삼성전자와 4년간 지속해온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의 합작관계를 사실상 청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삼성전자로부터 40,50인치급(7,8세대)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고 있는 소니가 차세대 제품인 60인치용 패널은 삼성 대신 자국 업체인 샤프에서 조달하기로 한 것.반도체에 이어 LCD산업에서도 자국 기업들끼리 뭉치는 추세 속에서 마지막 예외로 남아 있던 삼성-소니 연합이 붕괴 국면을 맞으면서 LCD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한국과 일본의 국가 간 전쟁으로 바뀌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이날 샤프의 10세대 LCD 패널 공장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공동 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소니는 이를 위해 1000억엔 이상을 투자해 내년 4월까지 샤프와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다.합작회사의 자본금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샤프가 66%,소니가 34%를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소니의 변심은 최근 덩치를 키우고 연합전선을 구축해 한국을 맹추격해오고 있는 일본 LCD업계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잇따라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결속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협력한 소니는 일본 정부와 업계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였다"며 "특검 수사에 따른 경영 차질과 투자 지연 등을 빌미로 소니가 삼성과의 관계 청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소니와의 10세대 LCD 합작이 무산됨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