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29일로 연기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출발부터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출범 전 정부조직개편 협상에 차질을 빚더니 한 총리 후보자의 공식 임명이 늦춰지면서 27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도 한승수 총리 후보자 대신에 한덕수 총리가 주재하게 됐다.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무회의를 구정부 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해 '청와대 직제 개편안' 등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한덕수 총리는 27일 이임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일단 사퇴를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새정부 국정 운영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욱이 통합민주당이 남주홍 통일부,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27~28일)를 '보이콧'하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낙마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새 정부로선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당초 한승수 총리 주재로 27일 참여정부 장관들을 대상으로 한 첫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현 상황에선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며 "한덕수 총리를 대행으로 구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한 총리 후보자 주재로 27일 구(舊)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열고,이어 27~28일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29일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이 참석하는 사실상의 새정부 첫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원래 15명의 국무위원이 있어야 국무회의가 열릴 수 있지만,공석(여성부 장관) 1석은 법적 절차로 임명이 지연된 것이므로 '15명의 성원'이 충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률가들의 해석"이라고 말했다.현재는 여성부 장관 1석만 비어있기 때문에 29일 이전 새 내정자를 발표하면 국회 인사청문 절차상 (새 내정자가) 국무회의에 불참해도 묵시적인 구성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한 총리 후보의 정식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장관 인사청문 이후 새 장관들의 참석하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국무회의를 어떻게든 개최할 수 있다.청와대 측은 남주홍.박은경 두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현 통일부.환경부 장관을 당분간 그대로 두고 필요시 국무회의에 '대타'로 참석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며 인사청문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을 경우 새 정부의 이상한 '신구 동거내각'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