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미디어 등 방송사업자 매출 비중이 높은 셋톱박스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리테일 시장에 주력하는 셋톱박스 업체는 양호한 성과를 거둬 대조를 이뤘다.

26일 가온미디어는 지난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252억원,영업이익은 90.5% 하락한 8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성수기인 4분기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주가는 1만150원으로 13.98% 급락했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 공급계약이 잇따랐지만 수개월째 연기되면서 매출로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가온미디어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4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대폭 낮추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방송사업자 매출 비중이 높은 셋톱박스 업체는 그동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적지 않은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렸다"며 "셋톱박스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가온미디어와 같이 방송사업자 위주인 휴맥스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3% 하락한 24억원에 머물렀다.현대디지탈텍도 이 기간 적자가 확대됐다.

반면 소비자에 직접 셋톱박스를 판매하는 리테일 시장 매출이 높은 토필드는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토필드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72.4% 증가한 811억원,영업이익은 105.3% 증가한 177억원을 기록했다.IP(인터넷) TV용 셋톱박스를 전문으로 하는 셀런도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