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ㆍ캐피탈(이하 현대카드)이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금융사 인수에 나선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6일 "독일의 한 중소은행을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정 사장은 또 "러시아에 할부금융업을 하는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자동차 할부금융업을 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영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있는 (현대차 그룹의) 할부금융사를 인수받아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300여명의 현지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해외영업 전략과 관련,"국내 은행들은 주로 해외에서 교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지 외국인을 주 고객으로 확보해 수년 내 해외 자산 비중을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속전속결로 5개국 진출

현재 현대카드의 해외 영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미국 LA에 위치한 현대차의 할부금융사 현대모터스파이낸싱(HMFC) 인수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영업 인가가 늦어지면서 중국 영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 미국과 중국 내 영업이 시작되면 해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인도와 러시아에도 현지 법인을 세워 자동차 할부금융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또 독일 은행뿐 아니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GE)와 함께 독일에 있는 기아자동차의 할부금융사를 공동 경영하기로 하고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선 현대ㆍ기아차를 구입하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할부금융 영업에 주력한 뒤 카드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와의 시너지 효과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한 현대카드가 의욕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은 모기업인 현대차의 해외 영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은행 대출이나 할부금융을 활용하는 만큼 현대카드 입장에서 모기업과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현대카드가 미국과 중국,러시아,인도 등을 주 공략 지역으로 삼은 이유도 이들 지역에서 현대차 판매가 활발한 점과 연관이 있다.

특히 독일에서 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할부금융사보다 은행이 자동차 판매업과의 상승 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실제 독일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BMW와 폭스바겐 등도 다이렉트 은행을 설립해 자동차 할부 영업에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은행 예금으로 자동차 구입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자동차 구입 고객에게 더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영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GE와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카드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현대카드의 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GE는 미국과 중국,독일 등에서 현대카드와 공동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