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대도시 주택가격이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반면 물가는 급등하는 추세다.이에 따라 경기 둔화 속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지수'는 5.4% 떨어졌다.연간으로는 8.9% 하락한 셈이다.조사가 시작된 1988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조사 대상인 미국의 주요 20개 대도시 중 2007년 초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17개에 달했다.8개 도시는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일부 경제학자들은 주택가격이 향후 20%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 소비심리 지표인 소비자 신뢰지수도 노동시장 부진과 경기 둔화 영향으로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5를 기록했다.1월 87.3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컨퍼런스보드의 린 프랑코 소비자연구센터소장은 "조만간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다"며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물가는 치솟고 있다.미국 노동부는 이날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상승 여파로 1% 올랐다고 발표했다.월가 예상치(0.4%)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전년 대비 증가율은 7.4%로 1981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PI도 0.4% 오르면서 월가 예상치인 0.3%를 웃돌았다.

존 라이딩 베어스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