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28일 개청 10주년을 맞는 것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동안 공무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국민들이 만족할 정도로 행정서비스 수준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축산물 및 수산물 안전 관리를 농수산식품부에서 식약청으로 일원화하기로 잠정 결정한 만큼 더욱 할 일이 많다.

◆규제 양산=불필요한 규제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 확대가 가장 큰 문제다.영양기능식품본부 생물의약품본부 의료기기본부 등 2005년 9월에 만들어진 신설 조직 등이 규제 양산의 주역이다.건강기능 식품의 경우 영양기능식품본부가 기능성 식품을 의약품 수준의 엄정한 잣대로 관리한 탓에 허가 및 생산,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진입 장벽이 높고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기업이 홈페이지에 실은 제품 안내 전화번호나 사소한 문구를 변경할 때마다 일일이 식약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탁상 행정=식약청이 2006년 10월 시행한 '의약품 소포장 의무화' 제도는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 제도는 매년 생산량의 10%를 무조건 100정 이하의 소포장으로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최대 1000정이 들어 있는 덕용포장 의약품이 약국에서 안 팔리고 재고로 남을 경우 손실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제약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국의 소포장 제품 구매 비중은 예상치보다 훨씬 낮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재고로 쌓여 있는 소포장 제품 품목 수가 53%에 달했다.

◆전시 행정=식약청은 신약 허가는 85일 내에,신규 일반의약품 제조 신고의 경우 25일 내에 처리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제 날짜에 처리되는 비율은 30%도 안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 폭주로 처리가 지연된다는 공문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며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일정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