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이 넘는 집 한 채를 장기 보유한 사람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미 양도세 경감 소식이 나온 데다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아니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심리까지 더해져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만 팽배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절감 효과가 큰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매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6억원 초과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도 매물이 나왔다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송파구 잠실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인하 관련 매물은 한 건도 없다"며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절감 혜택이 매도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매물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강철수공인 사장도 "1주택자들은 투자 목적이라기보다는 거주 목적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양도세가 완화됐다고 해서 살던 집을 곧바로 내놓기 어렵다"면서 "1주택자들이 세금 완화 혜택을 보기 위해 매도 시기를 더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도 매물 출시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자들의 자금 여력이 떨어진 탓에 6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내놔 봐야 거래가 힘들다는 것이다.

양도세 걱정 말고 은퇴자처럼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인 사람도 종부세 부과 기준일(6월1일)까지만 팔면 되기 때문에 당장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야당조차 부동산 규제를 더 완화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세금 부담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도 심리가 오히려 움츠러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 통과는 일부 집단의 매매 가능성을 다소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매물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 단편적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