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 참여 정부의 내각이 참석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연출됐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29일로 연기됨에 따라 한덕수 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안건 의결도 전 정부의 국무 위원들이 했다.

청와대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 처리가 급한 안건들이 많아 국무회의를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끝까지 수고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라고 했다"며 "차기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 조직 개편에 관한 법안을 심의ㆍ의결했다. 대통령 경호실법 공포안 등 23건의 법률 공포안과 기획재정부 직제 등 80건의 대통령령 등이다.

새 정부는 간신히 회의 모양새만 갖춘 채 직제 개편안을 의결했으나 총리실은 회의를 진행하느라 우왕좌왕했다. 국무회의는 통상 오전에 열리지만 이날은 오후 2시로 잡혔다가 4시로 한 차례 연기됐다.

법제처에서 안건을 정리한 후 총리실로 전달해야 하나 제 시간에 못 끝냈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이 120개에 달했고 이 중 청와대 직제 개정 시행령 등 급한 법안 23건이 법제처에 이송된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정부 내 분위기가 산만한 영향도 컸다. 총리실이 안건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의전팀은 회의가 임박해서까지 참석자 명단을 몰랐다는 설명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의 이ㆍ취임식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대기 중"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까지 재임하게 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