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 정부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4대 경제권과의 FTA를 모두 성사시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밝혔듯 주요 경제권과의 FTA 추진은 빠르면 빨랐지 더디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FTA 비준,EU와의 협상 타결은 물론 일본 중국 등과의 FTA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5월 통상현안 집중

시기적으로 보면 올 봄이 새 정부 통상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한·EU 7차 협상,한·일 FTA 재개,한·중 FTA 개시 여부 등 주요 통상현안에 대한 논의가 4~5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우선 4월 총선 뒤 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까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주력할 방침이다.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채 18대로 동의안이 넘어간다면 미국의 대선 일정과 비준동의안 자동폐기 등을 고려할 때 처리가 장기화될 우려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낙선한 의원들이 포함된 국회의 협력을 어느 정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U와의 7차 협상도 4월 하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한국과 EU는 공식 협상에 앞서 별도의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자동차 등 상품양허(개방),자동차 기술표준,원산지 등 3대 핵심 쟁점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EU와의 7차 협상에서 양측 간 의견 차이를 좁힌다면 그 다음엔 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협상 타결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중과도 협상 나설 듯

4월 중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FTA 협상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1월 시작된 한·일 FTA 협상은 6차례의 공식 협상 끝에 2004년 12월 중단됐다.

표면적으로는 우리의 최대 관심품목인 농수산품에 대한 일본의 개방 수준이 품목 수와 교역액 기준으로 50%선에 불과했기 때문.여기에 비관세장벽 해소,정부조달 시장 개방,수산물 수입제한 철폐,경제협력 및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에 대한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도 협상중단의 요인이 됐다.

양국 정상의 최근 발언으로 볼 때 4월 회담에서 협상 재개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일본이 '윈-윈(win-win)'이라는 FTA의 원칙에 맞는 입장을 보여줘야 협상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FTA 추진 상대는 중국이다.양측은 지난해 3월 시작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를 오는 5,6월 중 베이징에서 마지막으로 열고 국내 업계,학계 등과 공청회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한 뒤 공식적인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중 FTA의 경우 농산품 등 우리의 민감품목이 많은 데다 비관세 장벽,투자보장,지식재산권 보호강화 등 우리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