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1992년부터 인증제 형태로 시행하고 있는 학문 분야 평가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평가에 참여한 대학의 수가 전체 평가 대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다.

대학들도 "현재의 대학평가는 학생들에게 학과 선택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반쪽짜리 평가'로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교협은 27일 중앙대 대강당에서 화학,수학,무역학 등 3개 학문 분야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예전 같으면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이 어디인지가 관심사였지만 올해는 불참 대학의 비중에 관심이 더 쏠렸다.

불참 대학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학문 분야는 수학으로 78개 평가 대상 대학 중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4개 대학만이 평가에 참여했다.

화학 역시 78개 평가 대상 대학 중 30개 대학만 평가에 참여했다.비교적 상황이 낫다는 무역학 분야 평가도 77개 평가 대상 대학 중 36개 대학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대교협의 학문 분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2006년도 학문 분야 평가 대상이던 영어영문학 행정학 식품영양학 등의 경우 학회 차원에서 평가를 거부하기로 결정해 해당 분야 대학들이 집단으로 대교협 평가에 응하지 않았다.

대교협 평가는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며 매년 15억~20억원가량이 지원된다.

대학들이 대교협의 학문 분야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데다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어서다.평가에 대한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학들도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평가 결과를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이 지난해 이뤄졌지만 시행령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대교협 내에서도 새 정부가 대학에 대한 평가사업의 교통정리를 해주기 전에는 의미있는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