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주를 광대무변의 공간이라고 말한다.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소설가 정비석은 "캄캄한 바탕에 꼭꼭 들어박힌 별들이 몇백만인지 몇천만인지 사람의 힘으로는 일생 동안 세어도 다 셀 수 없으니 우주란 얼마나 크고 신비로운 것인가"라고 감탄했다.

이러한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우주인을 양성하고 있다.우주인들은 곧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에 머물면서 각종 실험을 통해 무한한 공간의 신비를 벗기는 첨병들인데,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이다.식사가 우주계획의 중요한 과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인들은 '무중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까닭에 지구에서의 식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모든 음식을 비닐 팩이나 튜브,캔 등에 담아야 한다.자칫 음식 찌꺼기 하나라도 공중에 떠다니다가 정밀한 기계 속에 들어가 오작동이라도 일으킨다면 이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우주식(宇宙食)은 임금님 수라상보다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선정된다.예비 평가와 저장성 평가라는 2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100일 이상의 심사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무엇보다 우주식은 육체의 건강을 챙기면서 정신적인 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해 온 우주식단에 한국식품이 선정됐다는 희소식이다.러시아 생물학연구소는 최근 밥,김치,된장국,라면 등 10가지를 인증했는데 이들 음식은 오는 4월8일 소유즈 우주선에 실리게 된다.이 우주선에는 한국인 최초 우주인 고산씨가 탑승해 우리 음식을 소개하는 디너 파티도 펼칠 예정이어서 우주공간에서 한식이 유명세를 탈 것 같다.

현재 우주식은 150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연구할 식품이 많다고 한다.그중에서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식욕을 잃는 우주인들의 입맛을 되돌리는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다.감칠맛 나는 한국김치가 아니면 된장이 이러한 난제의 해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