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추진하던 자율협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당초 2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은행권을 제외한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대거 불참하면서 협약 시행이 어려워졌다.이에 따라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의 도산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6개 시중은행 등이 주도해 마련한 자율협약에 전체 321개 금융회사 가운데 61개사만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가입률이 19.0%에 불과하다.특히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보험권) HK 부산 제일 한국 토마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형 회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이에 따라 29일 시행할 예정이던 협약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 협약은 모든 금융회사가 참여해야 효과가 날 수 있는데 제2금융권이 참여를 꺼려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참여율이 75% 이상 높아질 때까지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고 참여 확대를 위한 공청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전체 17개 은행 중 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한 15곳이 가입했지만 보험권에선 전체 49개사 중 LIG손보를 제외한 48개사가 불참했다.또 PF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전체 108개사의 35%인 38개사만 참여했다.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6개 저축은행 가운데 솔로몬만 참여했을 뿐 HK 부산 제일 한국 토마토는 모두 불참했다.

제2금융권은 은행권이 협약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자신들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큰 돈을 번 은행들이 이제 와서 그에 따른 리스크를 모든 금융회사가 같이 부담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주택지원팀장은 "자금난이 심각한 업체들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로,이들은 은행보다 저축은행 보험권에서 대출을 많이 받았다"며 "제2금융권 참여가 없으면 자율 협약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율협약은 건설업체의 대출,채권에 대해 주채권 금융회사가 만기 연장을 결정하면 다른 회사들도 1회에 한해 1년간 만기를 연장해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지원 대상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와 시행사로 신용등급은 'BBB-'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