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은 어김없다.

한바탕 몰아쳤던 눈과 칼바람이 시간 앞에 누그러졌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한결 부드럽다.

시골 장터를 찾아 가득한 봄 향기를 즐기고 사람 사는 모습도 구경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봄 향기 좋은 시골 장터 네 곳을 추천했다.

▶지리산 정기 받은 물산(전북 남원)=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쪽에 하동의 화개 장터가 알려졌다면 북쪽에는 인월 5일장(3일ㆍ8일)이 유명하다.인월장은 인월버스터미널에서 서쪽으로 이어져 있는 70여 개의 장옥과 좁은 2차선 도로변(흥부로)에 새벽부터 들어선다.

봄날의 인월장에는 지리산 줄기에서 자란 산나물과 싱그런 녹색 채소들이 풍성하게 쏟아진다.고로쇠 물도 눈에 띈다.면 단위 지역에서 가장 많다는 정육점에서 파는 토종 흑돼지 고기도 살 수 있다.시장 환경 개선사업이 끝나는 오는 8월에 새 시장이 완공되면 5일장이 아닌 토요 상설시장으로 운영된다.

인월면의 실상사,운봉읍의 송흥록 생가와 황산대첩비,남원 시내의 광한루원과 춘향 테마파크,사매면의 혼불문학관 등을 찾아볼 만하다.산내면에서 달궁 계곡과 정령치를 지나 주천면으로 이어지는 산중 드라이브도 즐겁다.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3

▶백두대간에서 캐 온 봄나물(경북 상주)=낙동강 수운을 통해 운반된 경상도 물산이 서울까지 가려면 상주를 거쳐야 충청도 땅에 들어설 수 있었다.상주에 충청,경상도의 물산이 집결하는 큰 장이 섰으며 오늘날까지 5일장(2일ㆍ7일)이 유지되는 까닭이다.

상주장에는 백두대간 자락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다.봄철이면 청화산,국수봉 자락에서 캐 온 냉이,달래,두릅,쑥,머위 등의 봄나물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곳인 만큼 장터에 따로 곶감 시장이 마련되어 있다.농기구를 파는 철물점,색 바랜 목재 진열장의 약방,옹기 가게,솥가게 등에서는 옛날 장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벌면에는 진한의 소국인 사벌왕국의 왕릉과 '뭍의 이순신'이라고 불리는 정기룡 장군의 사당인 충의사가 있다.낙동강 1300여리 물길 중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는 경천대도 둘러볼 수 있다.상주시청 새마을문화관광팀 (054)537-7208

▶시끌벅적 구수한 도심 속 5일장(광주광역시)=광주는 대도시다.원하는 물건은 마트에서 모두 구할 수 있다.그런 광주 도심 한복판에 장이 선다.광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광산구의 송정장으로 예나 지금이나 3일과 8일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장에는 매생이,감태,파래,김이 바다 빛깔을 보여주고 명절이면 제사상에 오를 죽상어가 넘친다.담양에서 건너온 죽순이 소복하고 나주,함평,영광,목포에서 올라온 먹거리와 볼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광주오미(光州五味)로 꼽히는 송정 떡갈비가 입맛을 돋운다.송정장 옆에 송정리 향토 떡갈비 거리가 조성돼 있다.잘 다져 양념한 갈빗살에 갈비탕도 나온다.광주 중앙초등학교 앞에는 매주 토요일 개미시장이 선다.엽전,떡살,복제 명화,장구,도자기,향로,민화,목각품 등 선인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과 서책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광주 광산구청 (062)942-3011

▶장터에서 찾은 봄의 흔적(충북 영동)=영동 상촌면 임산 5일장에서는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다.1930년대 마을에 면사무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을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장터는 규모가 작아 물물교환 장터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외지 사람보다 상촌면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파는 장이라기보다 서로 안부를 묻고 수다도 떠는 만남의 장에 가깝다고 하겠다.

임산 5일장의 특산물은 봄과 함께 찾아오는 산나물이다.영동군을 둘러싸고 있는 민주지산,비봉산,천태산 등지에 자라는 야생 고사리,두릅,참나물,취나물 등이 그 주인공이다.상촌면은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영화의 주인공인 상우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초코파이를 사던 구멍가게가 임산리 마을 어귀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난계 국악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전천후 국악 체험 기지.장고,북,가야금 등의 제작 과정을 보고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국악기 제작촌이 있다.천태산은 영국사로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가 좋다.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14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