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적자행진 지속 불가피할 듯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초고유가 현상으로 1월 경상수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전선의 마지막 보루였던 상품수지가 근 5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1월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발생 이전인 1997년 이후 11년만에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2월 설연휴가 이례적으로 길었던 탓에 해외여행자 급증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는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며 3월부터는 외국인 주식 배당액의 대외송금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대기하고 있다.

잠시 숨돌릴 만 하면 해외여행의 연중 최대성수기이자 해외유학.연수경비 송금이 집중되는 7,8월이 코앞이다.

원유와 각종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이러한 요인들까지 겹치게 되면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한은이 당초 전망한 3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은 원유 = 1월 경상수지 적자액 26억달러는 98년 1월 이후 11년만에 최대에 해당한다.

작년 12월의 8억1천만달러 이후 두달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상품수지에서 10억1천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하고 서비스수지에서 적자액이 20억달러를 넘어선 탓이다.

상품수지가 2003년 3월 이후 4년10개월만에 적자로 반전된 것은 원유가격 급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월의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89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3달러가 뛰었다.

그에 따라 원유수입액이 41억달러에서 73억달러로 급증했다.

원유수입 비용이 32억달러나 증가하다보니 수출쪽에서 아무리 선방한다고 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원유가격이 작년 1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한다면 경상수지는 6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유가 현상은 엄연한 현실이며 2월에는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 서비스수지 적자..갈수록 태산 = 1월 서비스수지 적자액 20억7천만달러는 1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에 해당한다.

종전 최고치는 작년 8월의 24억5천만달러 적자였다.

유학연수비 지출과 해외여행자가 연중 최대를 나타내는 8월 못지않게 겨울철에도 서비스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작년 1,2월 두달간의 서비스수지 적자액이 44억9천만달러로, 작년 7,8월 합계액 41억3천만달러를 능가한 것이다.

겨울방학과 신정.설연휴 등에 해외로 피서휴가를 떠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2월에는 설연휴가 5일에 달했기 때문에 서비스수지 적자는 1월 규모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월 경상수지 역시 1월 못지 않게 큰 폭의 적자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 3,4월은 배당 송금으로 적자행진 우려 = 작년 3월과 4월 경상수지는 각각 16억4천만달러, 20억8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배당금이 대거 해외로 송금됐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소득수지 적자는 20억9천만달러, 4월이 20억달러였다.

올해도 이 정도의 배당송금이 이뤄진다면 3,4월 역시 경상수지 적자 행진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1월부터 4월까지 스트레이트로 적자행진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이후 처음 생기는 일이다.

◇ 대외 여건도 여전히 불리=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해외여행자의 주머니가 가벼워져 서비스수지 적자도 줄어야 한다.

그러나 2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인한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는 먼저 한국의 수출증가율을 둔화시키는 작용하고 있다.

작년 미국시장으로의 수출증가율은 6.0%에 불과했으며 올해 1월에는 0.5%로 떨어져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달러화 약세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신흥 시장의 수입수요가 줄지 않아 세계 경기의 둔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하향 안정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 경상수지는 1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으며 다만 그 규모가 문제일 따름이다.

한은은 올해 30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초고유가와 곡물가격의 앙등, 달러화 약세 등을 감안하면 적자규모는 30억달러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