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팬티와 브래지어로 화려하게 장식된 쇼윈도.대부분의 남자는 이 앞에서 자연스럽지 못하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눈을 아래로 내리깔기 일쑤다.특별한 기념일에 꼭 사야 할 게 있어도 자기 여자의 사이즈를 몰라 포기하고 만다.

남자의 발길이 닿지 않기로는 화장품.향수 매장도 마찬가지.고객을 생각하는 쇼핑몰 운영자라면 이런 코너들을 한데 모은 남성 전용 미니 스토어의 설치를 고려해봄직하다.

'몰링의 유혹'(파코 언더힐 지음,송희령 옮김,미래의창)은 상품 구매와 함께 독서 게임 공연 영화 감상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몰(Mall)의 모든 것을 다뤘다.

'원 스톱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새 소비 트렌드의 탄생 배경부터 문화 아이콘으로의 진화 과정,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매장 분석의 귀재로 불리는 저자가 직접 몰링에 나서 조언을 들려준다.

'주차장의 변신! 월마트가 이곳에서의 캠핑을 허용했다.그러자 밤을 새운 캠핑족들은 빈 손으로 매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먹을 거리나 옷 또는 다른 필요한 물건을 사는 충성을 보였다.또 주차장은 간이 매장이나 광고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쇼핑의 출발점인 만큼 반드시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

몰이 지역 주민의 생활 공간이라는 점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추운 겨울 노인들의 걷기 운동을 허용한다든지 발레학교나 각종 클럽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고객은 결코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고.

신선한 발상과 예리한 시선은 후미진 화장실도 놓치지 않는다.'비누나 로션,헤어 제품을 써볼 수 있는 테스트 공간으로 변화시키라'는 것.

복합 쇼핑몰을 개발 운영하는 한국의 디벨로퍼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360쪽,1만38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