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영화 산업이 조금씩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극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극장 인수에 나서는 회사들이 모두 적자 기업인데다 향후 극장사업 자체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무선인터넷 콘텐츠 업체 야호커뮤니케이션은 대우씨앤디로부터 프리머스 안산점을 9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 다. 프리머스 안산점은 8개의 상영관이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야호는 영화관과 매점 등 관련 부대시설 모두를 다음달 3일에 넘겨받을 예정이다.

야호 관계자는 "기존 사업인 휴대폰 벨소리만으로는 향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신규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며 "최근 계열사로 편입한 테입박스와 연계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호는 극장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다음달에 서울 강남 신사동에 있는 지상 6층 규모의 본사 사옥을 134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야호가 지난 2006년 그라비티로부터 95억원에 매입했다.

스테인리스 강판 제조업체 화이델SNT는 지역 극장 2곳의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대구 사일동과 남일동에 위치한 스크린 9개의 멀티플렉스극장 '아카데미시네마'와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위치한 '산본극장'으로, 인수금액은 각각 250억원과 76억원이다. 화이델SNT는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 현재 잔금 지급만 남겨놓고 있다.

화이델SNT는 잔금 마련을 위해 90억원 규모, 360만3604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이달 중순 결의하고 이를 추진중이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극장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극장 사업은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에 들어서 대형사들도 신규 점포 개설을 꺼리고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크지 않다. 3대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꼽히는 메가박스를 미디어플렉스가 지난해에 매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야호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40억원에 달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화이델SNT도 지난해 3분기에 14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냈다.

특히 화이델SNT는 사업목적에 극장 관련업이 들어 있지도 않아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전 최대주주였던 코아에프지가 극장 조달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극장사업은 상위 3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과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 가고 있어 지역의 개별 극장의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 성장 동력 사업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흥행에 따라 부침이 심한 극장 사업에 이들이 섣불리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극장 대부분이 시내 핵심 상권에 있는 만큼 부동산 개발 차익 등을 노린 투기적 성격의 투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