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을 예측한 월가의 한 트레이더가 5년 동안 2억5000만달러(2345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씨티그룹 상품투자 자회사인 피브로(Phibro)의 트레이더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홀(57).홀은 5년 전인 2003년 원유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유가가 급등세를 탈 것으로 예상해 모든 가용자금을 원유에 베팅했다.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안팎.공급이 많은 편이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오히려 싼 상황이었다.

홀은 중국과 인도의 원유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 선물과 옵션을 적절히 활용해 원유를 쓸어 담았다.이 과정에서 씨티그룹이 용인하는 리스크 범위를 넘어서자 그는 개인적으로 나머지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도박을 감행했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베팅 후 얼마 안 돼 상승세로 돌아선 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폭등했다.당시보다 유가가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홀도 돈방석에 앉았다.2005년에만 1억2500만달러의 개인소득을 챙겼다.당시 씨티그룹의 CEO였던 찰스 프린스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또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의 CEO였던 리 레이먼드가 그해 받은 7000만달러보다 훨씬 많았다.홀은 그해에만 씨티그룹에 8억달러라는 이익을 안겨줬으니 그가 엄청난 보상을 받은 건 당연했다.

이렇게 해서 최근 5년 동안 홀이 받은 돈은 2억5000만달러가량.급기야 씨티그룹은 자산운용부문을 피브로와 통합해 씨티그룹의 간판 운용파트로 키워주겠다고 제안했다.홀은 이 제안을 뿌리쳤다."씨티그룹의 전략을 무시한 것이 피브로가 지금까지 번성할 수 있었다"는 게 홀이 주변사람에게 밝힌 거절의 이유다.

그렇다고 홀이 유가 예측이라는 한 방으로 스타덤에 오른 건 아니다.그는 15년째 수익을 내고 있는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다.지난 1982년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트레이더 생활을 시작했다.1991년 살로먼의 이사가 됐으며 1992년 피브로를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살로먼이 씨티그룹에 합병되면서 피브로도 씨티그룹에 편입됐으나 피브로 운용을 고집하고 있다.그는 막대하게 벌어들인 돈으로 현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이렇게 수집한 미술품이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홀은 독일의 1000년 된 고성을 매입해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