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9일 관보 게재와 함께 정식 발효되면서 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 국정홍보처가 공식적으로 없어졌다.이들 부처는 이날 오후 열린 장관 이임식이 곧 해단식과 다름없었다.새로운 장관이 온 다른 곳과 달리 사실상 공중분해된 이들 부처의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거취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한 하루를 보냈다.

통일부도 기사회생했지만 대폭적인 권한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남주홍 장관 내정자가 중도 하차하면서 신임 장관으로 누가 임명될지 몰라 당분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출범 12년 만에 해체되는 해양수산부는 강무현 장관의 이임식 내내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더구나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로 흡수되면서 해수부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질 처지다.

당장 서울 종로구 현대차그룹의 계동 사옥을 청사로 사용해왔지만 해운물류환경 부문은 과천 정부청사 국토해양부 건물로,수산 부문은 농수산식품부 건물로 쪼개져 옮겨질 처지다.

이에 따라 산하기관인 해양수산청 직원들은 제비뽑기로 자신의 근무처를 선택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군산 해양수산청 기능직 사무원 11명은 최근 총무과에서 이관 기관을 미리 표기해 둔 함 속에서 각자 하나씩 제비를 뽑아 자신이 갈 곳을 스스로 결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능직 사무원에 대한 명확한 인사 이동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국토해양부로 가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제비뽑기를 통해 각자의 근무지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영환 장관의 이임식과 함께 설립 14년 만에 문패를 내리는 정보통신부는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지식경제부로 발령받은 한 여직원은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었다고 자부심을 갖던 정통부가 막상 사라지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옮겨갈 부처에서 어떤 일을 맡을지 막막한 것도 답답하다"며 울먹였다.

정통부 직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본부 313명,지식경제부로 90명,행정안전부 53명,문화부 9명으로 뿔뿔이 흩어졌다.하지만 부처별 청사 이전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당분간은 4개 부처 직원들이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

인사 발령을 둘러싼 혼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총무팀,홍보팀 같은 공통 지원 부서는 4지망까지 희망을 받아 이전할 부처를 정했지만 계약직 직원들은 "사다리라도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기자실 대못질'에 앞장서온 국정홍보처는 정부조직도에서 완전 지워지면서 해단식도 못한 채 이삿짐을 싸야 했다.1999년 5월 국민의 정부 때 장관급 독립 부처로 창설됐던 홍보처는 만 9년을 버티지 못하고 일단 문화체육관광부로 흡수됐다.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각 부처에 홍보지침을 하달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홍보처가 위치한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7층은 하루 종일 적막감에 휩싸였다.

한 팀장급 간부는 "홍보처 본부인원 194명 중 절반 정도가 문화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발령이 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대기할 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현재 홍보처 직원은 364명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홍보 관련 국의 규모는 100여명에 불과,문화부 입성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133명에 달하는 별정직 공무원들은 업무가 6개월 이상 없으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간부급 직원은 "회사가 없어진 것 아니냐.이제 공중에 떠버렸다"면서 "일반직이야 수용한다고 하지만 계약직은 물론 별정직은 파리목숨"이라고 한탄했다.

○…방송위원회도 이날 목동 방송회관에서 치러진 조창현 위원장의 이임식을 끝으로 27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사라졌다.직원들은 방송통신위로 흡수 개편되면서 초과 정원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는 등 하루 종일 불안한 표정이었다.현 방송위 정원 216명 중 방통위로 갈 수 있는 인원은 164명에 불과하다.

일단 방송위 사무처는 직원들에게 방통위나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두 곳 중에 한 곳을 선택하도록 했지만 방통심의위는 직제나 조직 규모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한 직원은 "공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현실적으로 30% 정도 임금이 깎일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이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인사 처리만큼은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부서 폐지 위기와 정부중앙청사 화재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폭풍' 앞에 긴장하고 있다.특히 본부 인원이 550명에서 470명으로 대폭 줄었들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일부에서는 그러나 "부처가 없어질 뻔했던 것에 비하면 양호하다"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부와 합쳐지게 되면서 이름표를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꿔 달게 된 교육부도 침울한 분위기였다.서남수 차관은 이날 퇴임식에서 교육부를 떠나는 심경을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모방,"아아 사랑하는 나의 교육인적자원부는 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한 편의 자작시에 담아 읊어 눈길을 끌었다.서 차관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 아래 무엇이 우리 교육을 위해 최선인가를 고민하면서 열정을 불태워 달라"고 당부했다.

이심기/김동욱/안정락/김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