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은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참석의원 270명 중 17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당론으로 찬성한 한나라당(130석)과 자유선진당(8석)에서 5명이 불참한 점을 감안할 때 통합민주당에서 40여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했지만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끊임없이 한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문제삼았던 점을 고려하면 찬성표가 적지 않게 나온 것이다.새정부 출범부터 발목을 잡는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4월 총선에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민주당이 '권고적 반대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여기에는 반란표에 대한 지도부의 부담도 반영될 결과다.

지난 이틀간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이 부적격자로 지목했던 남주홍 통일부장관,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가 낙마해 민주당 입장에서는 실속을 챙길 만큼 챙겼다는 점도 찬성표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실제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는 남 내정자 등을 문제삼으며 동의안 처리 연기 결론을 내렸던 지난달 26일 의총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김효석 원내대표는 "흠결이 많으나 각 의원들의 소신에 맡기겠다"며 자유투표 방침을 밝혔으며 의원들은 별도의 반대발언이나 토론 없이 시작 30분 만에 박수로 마무리했다.

이날 동의안 처리로 새정부 출범 벽두부터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내각 인사 파동'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민주당이 김성이 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전히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불씨는 남아 있다.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이미 낙마한 인사들보다 흠결이 많은 인물로 청와대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공격했다.이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떡 하나만 주면 안 잡아 먹지'라고 말하는 호랑이 같이 생떼를 쓰고 있다"고 받아쳤다.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