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단행한 차관 인사에서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신임 차관들의 대부분을 기존 관료들 중에서 승진시키거나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10년 만의 정권 교체로 어수선한 정부 조직을 시급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내부 실상을 잘 아는 고위 관료들이 장관을 보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새 정부의 철학에 맞는 장관들을 앞세우고 실무형 차관들을 뒤에 배치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 운용을 하겠다는 포석이다.

◆탕평.안배 위주의 인사

차관 인사에서 호남출신 8명을 발탁한 것은 지역 균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기획재정부는 당초 2차관에 김대기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경남 진주)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경남 합천 출신인 강만수 장관과 출신지역이 겹친다는 이유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차관은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과 박종구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인데,두명 모두 광주광역시 출신이다.이 대통령이 지역 안배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출신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다음으로 성균관대 3명,연세대 한양대 각각 2명,고려대 한국외대 영남대 경북대 충남대 육사가 각각 1명이었다.

◆통폐합부처 복수차관 안배

조직이 통폐합돼 복수 차관을 두게 된 대부분의 부처들에는 각각의 부처 출신들에게 차관 한 자리씩 안배했다.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는 1차관을 재경부 출신이,2차관은 기획예산처 출신이 맡았다.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합쳐진 국토해양부는 1차관이 건교부,2차관이 해양부 몫으로 각각 배분했다.

또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배국환 2차관,우형식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2차관,홍양호 통일부 차관과 문성우 법무부 차관 등 18명을 내부에서 승진시켰고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과 김종천 국방부 차관,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등을 해당부처 전직관료 중에서 선임했다.

◆부처별 반응 제각각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사실상 문책을 받아 세계은행으로 떠났던 최중경 1차관의 복귀에 대해 떨떠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해서 문책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어쨌든 당시 수조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고 국회에서 문책을 당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파격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우형식 대학지원국장(53)이 전격 발탁되면서 향후 몰아칠 '인사 칼바람'에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1급 간부를 제치고 국장급 인사가 차관으로 고속 승진한 것은 교육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토해양부는 권도엽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차관에 임명되자 일제히 '환영'하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의 경우 내부관료 가운데 한명도 차관으로 선임되지 못했다.통일부와 환경부는 장관이 공석이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차관부터 임명했다.

현승윤/김홍열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