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기 달렸다.참 어려울 때 (새정부가)출범한다.국민이 보기에 힘들게 고생한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한승수 총리 인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청와대에서 총리와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총리의 국회 인준과 장관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은 점을 의식,"국무위원들이 대통령보다 인물이 더 잘생겼다.믿음직하다.더 열심히 일해서 국민들에게 보답하자"고 격려했다. 이어 "내가 애가 넷인데,어렵게 힘들게 낳은 아이일수록 애정이 가더라. 잘하면 국민들이 더 사랑해 주실거다.열심히 해서 나라 살립시다.잘합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료 인선 파동과 관련,"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서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책임을 직접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비서관회의에서 "정권이 출범하면서 모든 걸 순조롭게 할 수 없다는 예측을 했다.다소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인사검증 관련)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그러나 우리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고,현실의 정치적 상황들도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책임' 발언을 꺼낸 것은 각료 부실검증 논란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오점'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부실검증과 '코드인사' 논란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야당은 물론 4.9총선을 의식한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곳에 들어와 보니까 자칫 잘못하면 현장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매우 위험하다"면서 "국민과 격리되고 현장과 격리된 청와대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실용,변화,창의적으로 일하는 정부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하며,일하는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참모진들을 다그쳤다.

'브레인스토밍'식 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경제분야의 한 비서관은 "경제는 심리다.투자심리가 10% 올라가면 실제 투자가 3% 올라간다는 분석이 있다.국민과 기업의 경제 마음을 살릴 대통령의 리더십과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1982년 현대건설 재직 당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공사 입찰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마하티르 총리가 공사장에 온다고 해서 의전을 준비했더니 정부 관리가 와서 큰 의자를 보고는 '총리는 엉덩이가 크냐,왜 다른 의자와 다르냐'고 물었고,또 총리 자리만 해가 따가워 텐트를 쳐놨더니 나머지 5000명 참석자들도 차양막을 치라고 해서 고심 끝에 의자 바꾸고 차양막도 다 쳤다.그랬더니 총리가 와서 '이것이 바로 한국 기업의 힘'이라고 감탄했다"면서 현장을 챙기는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