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미국 서부의 황량한 사막에서 한 남자가 묵묵히 땅을 파고 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젖먹이 아들을 혼자 키우는 무일푼의 알코올중독자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석유 덕분에 돈방석에 앉게 되지만 어느덧 냉혈한 '오일맨'(석유개발업자)으로 변해간다.

올해 제80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니엘 데이 루이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가 오는 6일 개봉된다.

영화는 2시간38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니엘 플레인뷰의 인생을 건조하게 보여준다.

간혹 소음처럼 고조되는 음악이 '양념'의 전부.그 만큼 주인공인 플레인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플레인뷰의 초반부 행동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비즈니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아들을 동업자라고 소개하며 항상 데리고 다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인뷰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정도의 기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석유에 대한 플레인뷰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진다.

유전에 불이 나는 사고로 귀머거리가 된 아들을 버리고 불을 끄러가는 장면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결국 석유를 위해 사이비 기독교 목사에게 굴욕적인 세례를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년에는 사업 경쟁자로 나서려는 아들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비정한 모습까지 보인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뛰어난 연기는 플레인뷰라는 인물에 사실성과 진정성을 부여한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게 원래 저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죄를 씻으라'며 플레인뷰에게 세례를 강요했던 목사가 투자에 실패한 뒤 플레인뷰를 찾아오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석유개발 동업을 하자며 목사가 하는 말은 이렇다.

"하나님이 경제불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제게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목사 역시 플레인뷰와 같은 류(類)인 셈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박경리의 '토지'같은 대하소설을 한 편 읽은 느낌이 든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밀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수작임에 틀림없는 작품이다.

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