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禪味) 같은 문인화의 직관과 현대적 감성의 치장미(治粧美)를 화면에 덮어 씌웠다고나 할까요.'그림은 인품으로 그린다'는 할아버지(의재 허백련)의 미학론을 철저히 따르면서 현대인의 감성 에너지를 붓질로 우려냅니다."

소치 허련을 시작으로 남농 허건,의재 허백련에 이르기까지 남도 예맥 가문을 잇고 있는 직헌 허달재 화백(56)의 새로운 남종화 조형론이다.

서울 창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15일까지)을 갖고 있는 그는 "남종화를 현대적인 화풍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화면에 '소리 밖의 소리'와 '정중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이 지난 30여년 동안 시도한 신남종화는 남종화의 기본 구도를 따르되 다양한 원색과 금가루로 치장미를 더한 작품세계다.

"문인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해야 할 것인가를 줄곧 고민해 왔어요.동양화에 근·현대회화 기법인 음영법을 과감히 사용해 봤지요.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포도,맨드라미 같은 소재에 먹과 물감을 흘려 추상화하거나 오리,사람,달,새 등을 상형문자로 표현하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어요."

그의 신남종화 작품은 이처럼 색다른 표현 기법과 소재의 다양성 덕분에 미국 뉴욕의 브룸 스트리트 갤러리,뉴욕 갤러리,록 갤러리 등을 통해 해외에도 소개됐다.

서울 염곡동 자택과 광주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무등산 자락의 의재미술관과 미술관 주변의 산등성이 차밭도 관리하고 있다.작업을 할 때는 새벽 6시께 일어나 하루 6~8시간 몰입한다.

그는 "할아버지의 작품에서 우러난 문인화의 격조를 추구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굳이 비교한다면 내 작품은 아직도 50점 수준밖에는 안된다"고 겸손해했다.(02)549-757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