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출신의 손병두 총장이 이끄는 서강대가 미국 스탠퍼드대와 실리콘 밸리의 모델을 본딴 산학협력 그룹인 '씨앗(SIATㆍSogang Institutes of Advanced Technology)'을 설립한다.

씨앗은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 제정으로 지난달 4일부터 설립 가능해진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첫 사례로 서울대 한양대 등 다른 대학의 설립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는 오는 7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1회 서강 테크노피아 융합의 밤 행사를 열고 씨앗 설립을 공식 발표한다고 2일 밝혔다.

서강대는 이 자리에서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을 씨앗의 초대 원장에 임명하고 자문위원단 100여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또 씨앗과 인적교류 투자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벤처기업 7~8곳도 함께 발표한다.

씨앗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 개발,교육,경영,금융 등을 한데 묶은 산학협력 그룹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기술 개발 및 교육을 담당하는 기술사업화 특화대학원의 경우 전공 구분이 없다.

의학 에너지 환경 디자인공학 정보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한 교수들이 협력해 대학원생들과 함께 기업이 바로 쓸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한다.

서강대는 기업 실무자들을 포함한 110여명의 교내외 전문가와 교수진을 이 대학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기숙사 등을 제공받는다.

씨앗의 또 다른 축인 기술사업화단은 투자금융사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Albatros Investment CO.)와 기술지주회사 서강 테크노홀딩스(Sogang Techno Holdings CO.) 등 두 개의 조직으로 이뤄진다.

투자금융사와 기술지주회사를 하나로 통합한 첫 사례로 학교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는 대학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제공하는 대신 기업 주식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강 테크노홀딩스는 일반 창업투자회사의 기능과 기업으로부터 필요한 기술개발 요청을 받아 특화대학원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서강미래기술원 관계자는 "씨앗의 운영이 활성화되면 송도 자유무역단지에 테크노파크를 만들어 스탠퍼드대학이 만든 테크노파크인 실리콘 밸리처럼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대 원장은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이 맡는다.

장 전 회장은 1988년 터보테크를 창업,매출액 수천억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로 현재 매연저감장치 관련 업체 엔비스타네트웍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의 씨앗은 실리콘 밸리 부흥의 주역인 스탠퍼드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프레드릭 터만 스탠퍼드대 교수는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부로 떠나는 게 안타까워 1939년 휴렛팩커드(HP)를 창업했다.

스탠퍼드 공대 출신이 우수 기술을 만들어 내면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이를 산업화하는 방법으로 HP는 단기간 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기술지주회사란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만드는 회사.학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게 설립 목적이다.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현금 또는 현물 출자도 허용된다.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의 범위에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상표권 등 지식재산권뿐 아니라 출원 중인 권리,정보,노하우 등이 폭넓게 인정된다.

외국에서는 중국 칭화대가 2003년 '칭화홀딩스'를 세워 3년 만에 420억여원의 흑자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