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인사청탁 110명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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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직원 110여명이 정♥관계 인사를 동원,신임 회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가 무더기 경고를 받았다.
이는 공기업이나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기업 및 은행의 인사청탁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여서 주목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원병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줄대기성 인사청탁을 한 직원 110여명에게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장을 우편으로 보냈다.
경고장에는 "이번 승진 및 전보 인사에서 귀하에 대한 인사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앞으로 부당한 방법을 지양하고 정당한 통로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라"는 경고가 담겨져 있다.
농협은 회장이 선출직인 데다 '외풍'이 드센 탓에 회장이나 각 부문별 대표들이 독자적인 인사를 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청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평소에는 회장 선거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위조합장들의 청탁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정계와 농림수산식품부나 금융감독당국 등 관계의 청탁이 90%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승진 및 전보 인사 대상은 1급 이하 직원 중 4000명 정도였다"며 "100명 중 3명꼴로 인사청탁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탁 정도가 경미한 직원을 경고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지난해 말 실시한 임원 인사까지 포함하면 인사청탁자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일헌 농협중앙회 인력개발부장은 "인사철마다 당사자들에게 구두경고를 해왔지만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처음으로 공식 경고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경고장은 인력개발부장 명의로 작성됐지만 실제로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최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당당하게 본인이 승진하거나 부서를 옮겨야 하는 이유를 상사에게 써내도록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청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인사청탁 관행은 비단 농협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2004년 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임직원 인사를 앞두고 온갖 곳에서 청탁과 투서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인사청탁을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전력 등도 청탁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인사청탁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부 공모제로 투명하게 인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조직을 관리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이는 공기업이나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기업 및 은행의 인사청탁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여서 주목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원병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줄대기성 인사청탁을 한 직원 110여명에게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장을 우편으로 보냈다.
경고장에는 "이번 승진 및 전보 인사에서 귀하에 대한 인사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앞으로 부당한 방법을 지양하고 정당한 통로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라"는 경고가 담겨져 있다.
농협은 회장이 선출직인 데다 '외풍'이 드센 탓에 회장이나 각 부문별 대표들이 독자적인 인사를 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청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평소에는 회장 선거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위조합장들의 청탁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정계와 농림수산식품부나 금융감독당국 등 관계의 청탁이 90%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승진 및 전보 인사 대상은 1급 이하 직원 중 4000명 정도였다"며 "100명 중 3명꼴로 인사청탁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탁 정도가 경미한 직원을 경고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지난해 말 실시한 임원 인사까지 포함하면 인사청탁자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일헌 농협중앙회 인력개발부장은 "인사철마다 당사자들에게 구두경고를 해왔지만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처음으로 공식 경고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경고장은 인력개발부장 명의로 작성됐지만 실제로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최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당당하게 본인이 승진하거나 부서를 옮겨야 하는 이유를 상사에게 써내도록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청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인사청탁 관행은 비단 농협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2004년 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임직원 인사를 앞두고 온갖 곳에서 청탁과 투서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인사청탁을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전력 등도 청탁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인사청탁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부 공모제로 투명하게 인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조직을 관리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