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아자동차가 흑자전환을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나섰다.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환배치에 합의했고 사측은 임원 연봉의 20%를 반납받고 유휴자산을 내다파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또 향후 출시할 신차에 대해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로 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철강 가격 등 국제 원자재값이 상승하고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노사 공동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전환배치로 생산성 향상

기아차는 3일부터 경기도 화성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96명을 신차 모하비 생산라인에 투입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공장에서 대형 SUV 모하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추가 인력 수요가 생겨난 데 따른 것으로,이 회사가 신규 채용 없이 기존 인력의 전환배치를 통해 신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기아차는 신차를 생산하거나 특정 차종의 생산을 늘리려 할 때마다 근로자를 새로 뽑아야 했다.

생산량 변화에 따라 라인별로 근로자 수를 적절하게 조정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노사 단체협약상 노조의 동의 없이는 이 같은 방식의 전환배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공장 안에서도 한편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 반복됐고 회사는 '잉여인력 증가→인건비 상승→수익성 악화'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아차 생산 현장의 '고비용ㆍ저효율' 구조는 선진 자동차 업체와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기아차의 차량 한 대당 조립 시간은 37.5로 도요타(22.1)와 혼다(21.1)는 물론 현대자동차(31.1)에도 크게 못 미친다.

◆사측 고통 분담… 연봉 20% 반납

기아차 임원들도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통감하고 연봉 20%를 반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아차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 사태에 이르면서 상여금과 성과급 지급을 중단한 적은 있지만 이 회사 임원들이 연봉 일부를 자진해서 내놓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기아차 노사기획팀은 최근 실시한 사내 교육에서 "10년 전 위기 때와 비슷한 어려움을 다시 겪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문제점을 직시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이와 함께 경영상 필요성이 낮고 수익이 나지 않는 유휴자산을 내다팔고 있다.

2년 연속 영업적자로 인해 발생한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과 12월 시화 국가산업단지와 서산 산업단지 내 보유하고 있던 토지와 건물을 계열사에 팔아 182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원가구조 개선" 특명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900원대에도 수익을 낼 수 있게끔 돼야만 신차를 내놓겠다"며 "신차 출시를 늦추더라도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당장 올해 출시될 예정인 크로스오버 차량 AM(프로젝트명)과 준중형차 TD(프로젝트명) 등에 대해 이 같은 원가 구조를 갖추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 안팎으로부터 원가를 약 3조원 줄일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제안을 받았다"며 "이 중 일부를 신차 개발 단계부터 적용해 4000억원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 같은 혁신 활동을 조직 문화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달부터 △현장의 관행을 개선하고 △경영진과 현장 간의 거리를 좁히며 △전 임직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뉴 기아(New KIA)'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용대인 한화증권 자동차산업 연구위원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기아차 노사가 대내외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전환 배치와 연봉 반납 등은 적자 탈출을 위한 의미있는 출발"이라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