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의 마술사'이자 '걸어다니는 기업'이라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3ㆍLA 갤럭시)이 왔다 갔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모습을 보는 마음은 착잡했다.

구단 및 유명 브랜드 홍보차 온 건데 환호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참 잘 생겼다'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던 게 그것이다.

외모가 제아무리 멋있어도 하는 짓이 얄미우면 얄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스컴이란 창(窓)에 드러난 베컴의 태도에선 밉살스런 구석을 찾기 힘들었다.

몰려드는 인파와 카메라에 피곤해하거나 짜증내는 기색 없이 환하게 미소짓는 얼굴은 그의 인기가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일깨웠다.

그는 빠르고 정확하고 강력하다고 해서 유도탄 혹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프리킥에 대해 '마법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오랜 훈련 끝에 익혀지는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지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다들 좋은 자질을 지녔다.

지금은 축구를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축구선수의 첫걸음으로 '이겨야 한다'가 아닌 '즐겨야 한다'를 가르친 셈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예ㆍ체능 전공 청소년들에게 자주 따라붙는 말은 '기본이 약하다'는 것이다.

몇몇 시합이나 연주만 대하면 뛰어난데 알고 보면 그게 전부여서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지적도 흔하다.

기반을 다지는 일은 단조롭고 지루하다.

잠재력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알아주는 사람도 적다.

즐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유다.

축구도 그렇지만 모든 창의력과 응용력은 튼튼한 기초에서 나온다.

단기 성과에 급급해 눈에 띄는 기량에만 매달리면 작은 변화에도 대책없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베컴이 축구를 '즐기고 연습하고 스스로를 믿음'으로써 만들어낸 건 프리킥에 국한되는 것 같지 않다.

선수로서의 최전성기는 분명 지난 베컴의 상업적 인기 역시 그같은 노력의 소산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 주어진 일을 즐기고 쉼없이 훈련하고 거기에서 생겨날 힘을 믿음으로써 혼자만의 마법을 만들어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