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저성장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거시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를 물가 안정에 둘지 경기 진작에 둘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향후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박을 해소하려면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한국은행은 오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정책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지표금리가 종가 기준으로 3년2개월 만에 콜금리 목표치와 역전됐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동결론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힘 얻는 금리인하론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다면 금리인하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속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선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기부양 쪽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금리인하론의 골자다.

한은이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이미 긴축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내놓은 '최근 저성장·고물가 압력 하에서의 통화정책방향' 보고서에서 "현 시점에서 물가안정에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폭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해외부문의 긴축상황을 보완하고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수출 수요 감소와 교역조건 악화로 총수요가 위축되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및 외국자본의 해외이탈로 인해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부문의 본원통화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외 금리차가 벌어지면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당국은 금리 동결에 무게

시장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국고채 지표금리가 3년여 만에 콜금리 목표치와 역전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 지표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린 4.97%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 5%보다 0.03%포인트 낮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최근 분위기는 금리인하보다 동결 쪽에 무게추가 실려 있다.

한은이 최근 국내 생산·투자·수출·소비 등 각 분야별로 추계치를 살펴본 결과 아직까지 뚜렷한 경기둔화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은 집행부는 "올해는 경기하강 위험보다 물가상승 위험이 조금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도 눈에 띄는 입장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 해외에서 오는 경기하강 가능성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 고려해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겠지만,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한 뒤 관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용석/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