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밀려 잊혀져 가던 공중전화가 10년 만에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으로 화려한 변신에 나선다.

KT로부터 공중전화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인 KT링커스는 최근 전국의 공중전화 부스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 디자인은 산뜻한 느낌을 주는 유리를 측면과 후면에 사용하고 버스 정류장처럼 측면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 연수구의 33개 공중전화 부스부터 적용하며 이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KT링커스는 1998년 공중전화 부스 디자인을 한 차례 개선한 적이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10년 만에 다시 교체에 나섰다.

인천 연수구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공중전화 부스를 공공시설물로 지정하면서 광고 게재가 가능해져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공중전화는 10년 전까지도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친구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가정과 사무실 이외의 공간에서는 공중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다.

역과 터미널 등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는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차례로 줄지어 기다린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줄서기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1980년대 공중전화는 우리 공중도덕을 향상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몇 대 안 되는 공중전화를 차지하기 위해 실랑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시비 끝에 살인으로 이어진 슬픈 사고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공중전화기는 수난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유야 달랐지만 송수화기로 전화기를 부수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카드 투입구를 이물질로 막아 놓는 등 화풀이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도 휴대폰이 없던 시절,공중전화는 젊은 청춘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메신저였고 가족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튼튼한 끈이기도 했다.

공중전화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많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 최초로 자동식 관리 공중전화(유인 공중전화)가 도입된 것은 195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는 전화국이나 우편국에서 전화를 이용해야 했지만 공중전화가 생긴 이후 관리인에게 돈을 주면 전화도 걸고 받을 수도 있었다.

1962년 2월에는 처음으로 주화 투입식 공중전화기가 나왔고 9월에는 시청과 화신백화점 앞에 처음으로 무인전화기가 설치됐다.

관리인이 없는 첫 공중전화의 등장이다.

1986년에는 카드식 공중전화기가 등장했고 이제는 신용카드,교통카드만 있어도 전화를 걸 수 있다.

1960년대 한통에 5원 하던 공중전화 요금은 1977년 10원으로 올랐고 이제는 3분 한 통화에 70원을 지불해야 한다.

10초당 18원을 받는 이동전화에 비하면 5분의 1 가격밖에 안 되지만 이제는 이용하는 사람이 극히 줄었다.

한때 50만대 이상 보급됐던 전화기도 이제는 18만대 수준까지 축소됐다.

송형준 KT링커스 사업부문장은 "한때는 일상의 친구였던 공중전화기가 이제는 사업 적자 등으로 방치되면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며 "광고를 접목한 공중전화 부스가 나오면서 이용자 편익도 높이고 도시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