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상자서 멀티미디어기기로 '진화'

MP3플레이어가 세상에 태어난지 10년이 됐다.

MP3플레이어는 디지털 음악 시장이 대중화되고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필수품으로 바뀌도록 하는 등 세계 IT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팽창도 불러왔고,휴대용 저장장치의 발전도 가져왔다.

초창기 제품은 기껏해야 10곡 정도밖에 저장하지 못했다.

기능도 음악 재생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MP3플레이어는 음악 감상,라디오 청취,녹음 기능,영화 감상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탈바꿈했다.

MP3플레이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98년 3월.독일 하노버에서 매년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 '세빗(CeBIT)'의 자그마한 전시부스에서였다.

한국 벤처기업인 새한정보시스템의 '엠피맨 F10'이 그 주인공이었다.

엠피맨은 당시 PC로만 듣던 디지털 음악 파일을 휴대용 플레이어에 담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10년 동안 IT산업에 일으킨 파괴력은 컸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애플컴퓨터까지 다시 일으켜 세웠다.

1호 MP3플레이어 '엠피맨' 이후 레인콤 코원시스템 디지털웨이 등 국내 벤처기업들이 속속 가세했고,세계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레인콤은 2002년 10월 삼각뿔 모양의 '프리즘 IFP100'으로 디자인 혁신을 일으켰다.



2000년 나온 코원시스템의 'CW200'은 MP3플레이어에 음성녹음 라디오기능 등 디지털 융합기술을 처음으로 접목했다.

MP3플레이어 시장의 주도권은 2005년을 고비로 애플컴퓨터로 넘어갔다.

세련된 디자인의 '아이팟'이 세계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국산 제품을 밀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업체들의 짝퉁 제품까지 쏟아졌다.

2006년부터 삼성전자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2010년 1억6000만대(IDC 전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3900만대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4배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휴대폰에 MP3 기능이 들어가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MP3플레이어는 이제 음악 전용 기기가 아니다.

녹음기능,라디오 청취,동영상 재생은 기본이다.

전자사전이나 휴대폰,내비게이션 등에도 접목돼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기기로 진화되고 있다.

박남규 코원시스템 사장은 "MP3플레이어는 한국 IT기술을 세계에 알린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켜 나가는 IT기기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