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인수, 인위적 요금인하 우려 해소, 19개월만에 시장점유율 50.5% 돌파

최근 SK텔레콤을 둘러싼 호재들이다. 그러나 주가는 이같은 호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후 보합 혹은 하락세를 줄곧 이어나가 4일에는 결국 장중 18만5500원의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고점에서 33% 가량 급락한 것이다.

SK텔레콤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이었지만 시장 자율에 맡기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우려가 많이 해소됐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그럼에도 주가는 회복되기는커녕 되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문제는 SK텔레콤의 성장 전략과 투자자들의 입장 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과 SK그룹 차원에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미국의 무선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SK그룹이 설립 검토 중인 마케팅 전문회사에 현금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프린트넥스텔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6조원 가량이 필요하고 SK텔레콤은 해외채권 발행을 통해 이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라며 “현금이 많은 SK텔레콤이 해외 투자에 나선 것은 올바른 방향인데 투자자들에게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프린트넥스텔 인수의 사업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얘기다. 유경묵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스프린트넥스텔은 미국 내 3위 사업자에 실적도 안 좋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며 “괜히 헛돈을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전문회사 출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마케팅회사가 설립되면 자본금은 6000억~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SK그룹은 이 마케팅 회사를 통해 광고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인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정책 측면의 요금 규제에서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통신시장 경쟁 구도를 바꿔가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엄청난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 통신기업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요금 인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는 SK텔레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상태라며, 향후 보조금 폐지를 통한 마케팅 비용 축소, 통신시장 재편 가시화 등 촉매제가 부각되면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