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졌다.최근 실시된 일부 조사에서 지지율이 50% 아래로 내려갔다.당선 직후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취임 때 지지율로는 사실상 역대 최저다.비슷한 시기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율은 90% 안팎이었다.임기 내내 민심이반에 시달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출범 때 지지율이 60∼70%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49%(경향ㆍ한겨레신문 조사) 지지율은 충격적이다.그것도 불과 두 달여 전에 500만표 이상의 대승을 거둔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믿기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말 그대로 '인사=만사'가 돼야 할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게 결정적이었다.조각에 '강남 부자내각''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오사영(5개 사정기관 수장이 영남출신)'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역풍이 거셌다.결국 15명의 장관 내정자 중 3명이 투기의혹 등으로 낙마하고 한 명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 장관에 임명되지 못한 상황이다.청와대 수석 한 명은 여전히 야당의 사퇴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혼선과 끊임 없는 논쟁적 이슈 만들기도 지지율을 까먹은 중요한 요인이다.몰입식 영어교육은 적잖은 반론을 불러왔고 성금모금을 통한 숭례문 재건 구상은 비판여론에 하루짜리 아이디어로 끝났다.이동 통신비 조기 인하 등 설익은 정책도 새 정부의 신뢰에 상처를 입혔다.대선 이후 부풀었던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의욕만 앞선 잇단 헛발질로 인해 실망감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의 저변에는 대선 압승에 따른 지나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열망이 컸던 만큼 '웬만하면 도와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우로 연결된 것이다.이 대통령으로선 못내 아쉽겠지만 거꾸로 다행스런 측면도 없지 않다.출발선에서 무서운 민심변화를 경험한 게 높은 지지율 속에 임기를 시작했다 말년 민심이반에 쓸쓸히 떠났던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큰 행운이다.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폭풍의 개혁드라이브로 90%대의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주변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10%대의 지지율로 마감했다.김대중 전 대통령도 IMF 위기극복에 힘입어 9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말년에 아들이 비리로 구속되는 전 정권의 전철을 밟으면서 쓸쓸히 퇴장했다.60%대의 지지율로 무난히 출범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말과 코드인사 등으로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한 끝에 국민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한 채 낙향했다.

이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국민의 도덕적 잣대가 생각보다 높다는 점을 새삼 느꼈으리라 본다.효율성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CEO적 사고만으로는 높은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는 점도 확인했을 것이다.무엇보다 5년 후 국민의 박수 속에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자만심을 버리고 민심의 눈높이로 자신을 더 낮춰야 한다.그게 50% 지지율에 담긴 국민의 뜻이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