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값싼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를 확대하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중소기업 브랜드를 적극 육성키로 해 주목된다.소비자들은 기존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하면서 롯데마트가 품질을 보장하는 중소 제조업체 브랜드를 롯데마트 매장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사진)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중소 제조업체 브랜드를 지원.육성하는 신개념의 상생 PB모델인 'MPB'(Manufacturing Private Brand.중소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출시해 대형마트와 중소 제조업체가 윈윈(win-win)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동안 대형마트들은 PB를 대폭 확대하면서 △제조업체 브랜드(NB)와 갈등 △중소 제조업체의 브랜드 성장 저해 △제조업체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력 등 갈등을 빚어왔다.

'MPB'는 품질은 뛰어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들의 브랜드를 발굴,유통업체가 다양하게 지원함으로써 2~3년 뒤 경쟁력 있는 독립 브랜드(NB)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롯데마트는 중소 제조업체에 상품 기획.개발에서부터 상호(BI) 선정,디자인.상표 등록,매장 내 홍보.판촉 등까지 무상 지원한다.

MPB 포장지에는 우선 제조업체 브랜드가 크게 표시되고,'롯데마트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상생 제품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기존 PB(와이즐렉) 상품과 구별되는 '롯데랑'이란 표기가 곁들여진다.제조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므로 가격은 저렴해도 품질은 더 낫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예컨대 MPB로 출시될 해남군 맛젤영농조합의 맛젤 고구마(500g·2100원),머쉬하트 새송이(500g·2980원),부여 굿뜨래 밤(1㎏·3400원),낭띠 모카믹스(160개 들이·1만3800원) 등은 시중 유사 제품에 비해 20~30%가량 싸다.

롯데마트는 이달 말께 200개의 MPB 제품을 선보이고 연말까지 품목 수를 5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이를 통해 올해 전체 PB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1500억∼1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자체 브랜드를 내세울 수 있어 긍정적이란 반응이다.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꿈은 독자 브랜드를 갖는 것인데 대형마트가 도와준다면 적극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MPB가 이미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에 단독 공급하는 기존 'NPB'(National brand+Private brand)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MPB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롯데마트에서만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가 브랜드를 드러낸다고 해서 반드시 매출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며 "MPB가 성공하려면 대형마트가 기존 PB나 NB 상품과 차등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