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형 은행 200여곳 줄파산 우려
앞으로 1~2년 내 200여개의 미 중소형 은행들이 파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이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S&L)의 연쇄 파산 사태 때와 맞먹는 규모로 미 '은행 부실화' 문제가 세계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시장조사회사인 스탠퍼드 그룹은 "은행감독당국이 앞으로 1~2년 안에 200여개의 중소 규모 상업은행과 저축은행들이 파산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고 CNN머니가 3일 보도했다.이는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정점에 달했던 1989년 206개 은행이 파산했던 것과 비슷한 규모다.

실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감시대상'으로 올려놓은 은행은 작년 말 현재 76개에 달한다.이는 2006년 말의 50개에 비해 52%나 늘어난 규모다.감시 대상 은행 수가 역사적 평균 수준보다는 적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발생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다.

파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은 총자산 100억달러 이하의 중소형 상업은행과 저축은행이다.이들 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에 많이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급강하하면서 주된 자산인 건설 관련 대출이 급속히 부실화돼 위기를 맞고 있다.작년 4분기 현재 30일 이상 연체 중인 건설 관련 대출 비율은 7.5%에 달해 전년 동기에 비해 2배로 높아졌다.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경기도 부진한 데다 새로 지은 집이 팔리지 않아 건설 관련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연체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을 반영,FDIC가 예금지급을 담보하고 있는 8533개 은행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58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4% 급감했다.이는 1991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총자산이익률(ROA)은 0.86%로 2006년 말의 1.2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지난주 의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에 이를 것 같지는 않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위기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의 경우 50개 은행이 FDIC의 감시 대상에 올랐지만 실제 파산 은행은 3개에 불과했다.그렇지만 올 들어 이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더글러스 내셔널 은행이 파산신고를 한 것을 비롯,파산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FDIC도 은행 파산 증가를 대비해 저축대부조합 사태 때 파산업무를 담당했던 파산전문가 25명을 신규 채용했다.FDIC는 파산전문가를 추가로 고용 중이며 파산 은행의 자산을 관리할 외주업체도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80년 저축대부조합들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투자와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연쇄적으로 파산을 맞았다.1986년 시작된 저축대부조합의 파산은 1995년까지 계속돼 이 기간 무려 총 1043개의 저축대부조합이 정리됐다.

이들 회사의 자산은 5190억달러에 달해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야기했다.이 영향으로 미 경제는 1990년 7월부터 1991년 3월까지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침체(recession)에 빠졌다.따라서 중소형 은행들의 줄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