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상처를 입은 일본의 최대 증권사 노무라증권이 경영진 세대 교체를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다.

노무라증권의 지주회사인 노무라홀딩스는 오는 4월1일자로 고가 노부유키 사장(57)이 퇴임하고 후임에 와타나베 겐이치 노무라증권 부사장(55)이 취임한다고 3일 발표했다.고가 사장은 노무라증권의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노무라홀딩스는 또 와타나베 신임 사장 취임과 함께 국내영업 등 3개 부문의 부사장도 40~50대의 젊은 경영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노무라증권이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기는 1997년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이다.노무라증권은 당시 총회꾼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 온 비리사건이 적발되면서 경영진을 전면 쇄신했었다.

노무라홀딩스가 경영진 세대 교체에 나선 것은 '위기 극복'과 '변화'를 위해서다.노무라증권은 미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투자 손실로 최근 6분기 중 5분기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노무라홀딩스의 경영실적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순이익은 226억엔(약 1921억원)에 그쳤다.전년 같은 기간보다 72%나 줄어든 것이다.지난해 3분기엔 105억엔(약 892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노무라가 분기 순손실을 기록하기는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실이 1400억엔을 넘은 게 치명적이었다.

신임 와타나베 사장은 변화를 즐기는 '행동파'로 알려져 있다."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상사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노무라증권 간부)으로 유명하다.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파문이 불거졌을 때도 고가 사장에게 "서둘러 비용절감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기왕의 손실은 한꺼번에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 재무담당 임원 시절 러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불량 채권을 단번에 해결했던 경험에서 나온 직언이었다.고베대학을 졸업했으며 1975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해외업무 기획부장,종합기획부장,글로벌 리스크관리 임원 등을 거쳐 2006년 4월부터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