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정작 펀드 운용은 80% 이상을 해외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업체에 펀드 운용 대가로 연간 1500억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자산 투자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인 만큼 이 같은 '펀드 해외 종속'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업체의 체질 강화와 함께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만들어진 해외 주식형 펀드 28개 가운데 82%에 해당하는 23개가 외국 업체에 운용을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업체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아시아에릭스주식',미래에셋운용의 '아세안업종대표주식형',삼성투신운용의 '당신을 위한 아라비아주식' 등 5개뿐이다.

특히 신한BNP파리바 프랭클린템플턴 하나UBS ING JP모건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물론 국내 대형 운용사들도 펀드 운용을 해외 업체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최근에 나온 '삼성글로벌오퍼튜니티주식' 'SH더드림차이나주식' '동양라틴스타주식'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통상 순자산 총액의 0.9%를 운용보수로 책정하며,위탁운용 펀드의 경우 이 중 절반가량을 해외 운용사가 가져간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해외 펀드 순자산액은 58조5494억원으로,이 중 해외 업체가 위탁운용하는 펀드의 순자산액은 59%인 34조4596억원에 달한다.위탁운용 보수를 0.45%로 잡으면 연간 1550억원가량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셈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공동대표는 "펀드 위탁운용은 해외 업체의 오랜 투자 경험을 활용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대형 운용사들까지 이들에 펀드 운용을 맡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펀드 시장이 외형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리서치 능력과 전문인력을 서둘러 키워야 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