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함께 공부하면 이로울까,아니면 해로울까." 남녀공학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언뜻 보면 성차별주의자나 남성 우월주의자가 벌이는 토론 같지만 사실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달라 그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데 남녀공학보다는 분리수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편다.

분리수업을 주장하는 이론적인 근거는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남자아이 여자아이'라는 책을 쓴 레너드 색스는 남녀의 뇌구조가 다를 뿐더러 청각과 시각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가령 퀴즈를 푸는 뇌의 부위는 남학생의 경우 대뇌의 원초적인 부위인 해마를,여학생은 가장 진화된 대뇌 피질을 사용한다고 한다.

청력에 있어서는 여자아이들이 놀라울 정도로 민감해 남자아이와 무려 1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이런 까닭에 남자교사의 목소리가 여학생에게는 꾸짖음으로 들릴 수 있고,반대로 여교사의 목소리는 남학생에게 중얼거림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시각 역시 남학생은 움직이는 것을 잘 관찰하나,여학생은 색조의 미묘한 차이까지도 구별해 낸다고 한다.이런 점에서 본다면 남녀공학반을 가르치는 교사는 어느 한 쪽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성평등을 내세워 남녀공학을 주창했던 미국에서 이제는 분리수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뉴욕타임스는 최근 남녀 분반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으며 성별에 따라 교실을 달리 꾸미기도 한다고 그 실상을 자세히 전했다.미 교육부가 2006년 각 지역 공립학교에 '남녀 분리수업 금지'원칙을 철회한 것도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중ㆍ교교에서 되레 남녀공학이 늘어가는 추세다.중학교의 경우는 공학비율이 80%를 훌쩍 넘어섰다.남녀공학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분리수업을 과연 비교육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