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시장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레드오션화 되면서 게임 업체들이 돌파구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게 예전같지 않게 되면서 기존의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돈 되는 건 다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최근 게임주 대장 자리를 NHN에 내줬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연간 매출은 NHN의 게임부문 매출보다 적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게임 업계의 판세가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캐주얼 게임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나 '길드워' 등 MMORPG을, NHN은 한게임을 바탕으로 한 웹보드 게임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익 규모나 주가를 봐도 그렇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 2004년 1000억원에 육박하던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2005년 766억 원, 2006년 432억원에 이어 지난해 494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주로서의 면모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주가 또한 지난해 6월 고점을 찍은 이후 반토막난 상태다.

이처럼 엔씨소프트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게임들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 개발기간만 5년이 걸린 기대작 '타뷸라라사'가 지난해 출시됐지만 예상했던 뜨거운 반응은 없었다.

'리니지' 이후 후속 대박 게임을 내 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짐이 된 듯한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차기 대작인 '아이온'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용화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최근 게임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각종 수익 사업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말 465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해 수입을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 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매년 순이익의 3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는 성장주로 분류되는 게임업체가 대규모 배당을 하는 건 부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는 또 광고 및 홍보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배너광고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조치다.

지난달에는 중국 메이저 업체 샨다와 손잡고 캐주얼게임 '에이트릭스'를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 하기로 해 캐주얼게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웹젠, M&A 다툼 속 허리띠 졸라매기

지난해말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몰리면서 화재로 떠오른 웹젠도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웹젠은 네오웨이브로부터 적대적M&A 공격을 당한데 이어 올 초에는 라이브플렉스로부터도 공격을 당했다. 이후 이들은 손을 맞잡고 웹젠을 압박하고 해오고 있다. 웹젠도 네오웨이브의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해 이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게임 '뮤'를 출시해 대박을 내는 등 국내 온라인게임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웹젠이 적대적 M&A 세력의 표적이 된 것은 실적 악화에서 비롯됐다.

웹젠은 '뮤' 이후 후속 게임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초 3만원을 훌쩍 넘던 주가는 현재 1만원대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다.

현금을 잔뜩 쌓아놓고도 대규모 적자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자 웹젠의 실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으로 내려갔다. 회사를 인수하면 게임 사업을 접고 보유자산만 팔아도 남는 장사가 된다는 점 때문에 M&A 타깃이 된 것이다. 여기에 취약한 지분구조도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웹젠도 경영권 다툼 와중에도 최근 전체 인력의 약 12%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잉여 인력 감축과 사무공간 축소, 비핵심 투자자산 매각 등을 통해 흑자가 날 때 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예정이다.

임진욱 NH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신작 게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게임주가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많이 잃기는 했다"면서도 "그러나 좋은 게임을 내 놓으면 상당기간동안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사는 여전히 성장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해외에서의 지명도가 상당해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고, CJ인터넷은 수익모델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라며 두 업체를 최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