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수주는 올해도 쾌속질주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총 57억달러(약 5조3600억원)의 선박건조 주문을 따냈다.

월간 기준 세계 신기록이다.특히 선박주문이 많지 않은 비수기여서 이 같은 수주 신기록 달성에 대해 시장은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 들어 외국계 증권사들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회사들의 수주가 줄어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기존 전망치보다 절반 가까이 내렸지만 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재 시장에 국한된 얘기"라며 "선박 수요 증가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 성장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조정받을 것이란 논리는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BDI(건화물종합운임지수)가 최근 강세로 접어든 것도 신흥국가들의 선박 수요 증가에서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이 중국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최근 중국의 긴축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하지만 이는 외국계 증권사의 무리한 매도 보고서와 증시 조정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중국이 긴축정책을 편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활황세라는 방증"이라며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후판가격 상승도 선박 수요가 그만큼 증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판 가격 인상이 선박 수요 견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선박가격에 반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실제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수주한 드릴십 가격은 6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것도 있어 이익이 감소할 우려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과 자사주 매입 발표도 주가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지목됐다.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를 갖고 있어 상장시 구주매출을 통해 최소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난 1월31일 자사주 228만주(6500억원어치)를 취득키로 했다고 밝혀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했다.

조 센터장은 "조선경기는 당분간 침체기로 접어들 염려는 없지만 현대중공업의 비조선 부문 비중도 45%에 달하고 있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최근 증시가 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신영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71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