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코스피행을 선언하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코스닥시장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다.

특히 인기 테마였던 엔터테인먼트와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주목받았던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테마만 뒤쫓는 투자전략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스타엠은 이날 전 대표이사인 홍의외 2명의 배임과 횡령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발생금액은 125억6700만원으로 자기자본의 40.61%에 해당한다.

회사측은 "이번 횡령 관련자들이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라며 "재판결과에 따라 피해금액 환수를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엠은 지난 2005년 한류스타 장동건의 소속사인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텐트 제조업체인 반포텍과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상장한 기업이다. 당시 1000원대에 머물던 반포텍 주가는 스타엠엔터의 우회상장 소식에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1만원대까지 수직급등했으며, 이듬해인 2006년 5월 1만5000원대까지 올랐었다.

이후 가수 '비'와 관련된 콘서트 및 세이텍 출자 등으로 주가가 잠시 출렁거렸으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해 급락했다.

스타엠은 지난 2006년에는 매출액 73억4000만원에 당기순손실 99억7900만원을 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154억8200만원에 영업손실 93억6300만원, 당기순손실 181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역시 한류스타 권상우의 소속사로 이름을 날렸던 베스트플로우(옛 여리인터내셔널)도 실적 부진과 전 경영진의 횡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스트플로우도 지난 2005년말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스타시네마와 합병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소속 연기자인 권상우, 이동건, 김사랑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주가도 3000원대에서 1만대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횡령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부진으로 실적 부진을 나타내면서 주가는 최근 300원대까지 급락했다. 베스트플로우는 지난해 매출액 18억7800만원에 영업손실 30억원, 당기순손실 136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하반기 권상우, 이동건 등과 계약기간이 만료돼, 매출이 크게 줄었으며 전 대표인 김은모의 횡령으로 대손상각이 발생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상장사를 인수합병(M&A)하며 주목받았던 박홍준 아더스(옛 동양반도체)와 모빌탑 대표이사도 두 회사에서 대규모 횡령 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박홍준씨는 지난 2006년 당시 동양반도체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모빌탑도 인수하는 등 잇따라 코스닥 상장사를 M&A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경영이 원활치 않자 올초 아더스를 실홀딩스에 매각하려다 실패한 데 이어 최근 모빌탑도 900여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을 통해 사실상 매각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넘기지 못한 것은 모두 횡령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더스는 전날 박홍준 대표가 157억4000만원을 임의로 인출, 사용하는 등 횡령한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아더스측은 계열사인 모빌탑에서 박 대표와 관련된 횡령 및 배임혐의를 자체 조해 확인했다며 이날 관할경찰서에 고발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모빌탑은 박 대표가 41억원의 회사자금을 임의 인출해 사용한 혐의가 발생해, 서울구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들은 규모가 작아 횡령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며 "특히 머니게임을 위해 뜨는 테마를 앞세워 인수합병에 나선 경우 자금 회수를 위해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테마 위주의 매매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이 잇단 횡령과 공시번복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 규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