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추가 자금 수혈 논란 속에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증권사들의 잇따른 1분기 적자 전망에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중동 국부펀드 대표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4일(현지시간) 씨티그룹 주가는 약 10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씨티그룹은 추가적인 손실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메릴린치의 가이 모즈코우스키 애널리스트는 이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씨티그룹이 1분기에 추가로 180억달러의 부실자산을 상각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손익 전망치도 종전의 주당 55센트 순이익에서 1.66달러 순손실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골드만삭스도 씨티의 1분기 순익 전망치를 주당 15센트 순이익에서 1달러 순손실로 바꿨다.씨티그룹은 이미 작년 4분기에 180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했으며 설립 후 최대 규모인 98억3000만달러(주당 1.99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두바이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의 사미르 알 안사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사모펀드 컨퍼런스에서 "씨티그룹을 구제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추가 손실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조달한 외부자금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씨티그룹 주가는 22.10달러로 4.29% 급락했다.1998년 10월 이후 최저치다.장중 한때 7%나 곤두박질치기도 했다.씨티그룹 주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반토막난 상태다.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씨티그룹은 "현재의 자본 수준에 자신이 있으며 외부 투자자로부터 추가로 자금을 수혈할 필요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